대학교 1학년 때였나? 필수 교양 과목이었던 '국어와 문학' 수업에서 3분 동안 청중 앞에서 본인이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발표하는 과제가 있었다. 당시에도 부족하지만 힙합의 라임_rhyme이 시문학적인 각운과도 상당부분 일치한다는 것을 알고, 여러 국내 힙합 가사 중 뛰어난 라임을 가진 가사를 골라 시문학적 가치가 있음을 3분동안 열심히 발표했었다. 뭐.... 성적은 별로였지만 어쨌든... 이와 같이 시문학과 힙합을 궤뚫는 라임이라는 요소를 가지고 시인, 흑인음악평론가, 래퍼, 프로듀서, 연극배우, 각각 다른 5인이 모여 새로운 이벤트를 만들어 냈다. 2013년 1월 4일, 상수역 이리카페에서 진행된 '이브닝라임 vol.1 - 시와 랩의 전격 소통 작전'을 찾아가 보았다.
문인들이 자주 찾는 카페인 이리카페.
이번 행사의 공식 포스터!! 이쁘다!!
카페 내 책장에는 수많은 책이 꽂혀져 있었다.
오늘의 '이브닝라임'은 시인 김경주님의 첫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복간을 기념하면서 시작된 것인데, 대중음악평론 기고, 라디오 진행, 흑인음악 전반에 관한 강의(김봉현의 1st Class Hiphop 2012)등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흑인음악평론가 김봉현, Standart_스탠다트와 불한당 크루 소속 뮤지션 라임어택_RHYME-A-, 최근 앨범 '소리헤다 2'('소리헤다2 Music&Talk')를 발표하고 여러 뮤지션들의 프로듀싱을 담당하고 있는 프로듀서 소리헤다, 그리고 연극배우 성경선이 함께 하면서 이렇게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된 것.
퇴근을 하자마자 바로 왔을 때에는 오프닝 무대인 소리헤다와 라임어택의 '출발선'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이후 김봉현님의 사회로 '이브닝라임'이 시작되었다.
김봉현님의 사회로 시작된 '이브닝라임'
시인 김경주.
연극배우 성경선.
래퍼 라임어택.
프로듀서 소리헤다, 총 5명이 오늘의 주인공!
먼저 각자에 대한 소개와 오늘 행사의 취지를 알렸는데,
시와 랩이 가지고 있는 오해와 편견을 걷어내고 새로운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특히나 시인의 고백을 담담하게 들어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
오늘의 주인공 5분과 관객들이 함께 웃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첫 코너는 '시를 랩으로 읽기'
먼저, 김경주 시인의 시를 낭독 후, 이를 랩으로 재해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랩퍼 라임어택의 재해석된 가사와
프로듀서 소리헤다의 오리지널 비트로 다시 탄생!
만들면서 중점적으로 고려했던 부분이나,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시인의 입장에서 시를 썼을 때의 생각과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었다.
거기에 김봉현의 설명이 더해져 음악적인 이해가 덧붙여졌고,
이거 뭐 어떻게 보면 드림팀이지!! ㅋㅋㅋ
잠시 쉬는 시간에는 slam 이라는 영미시를 내뱉는 문화에 대한 짤막한 영상이 4분가량 재생되었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 시문학이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서로 고민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었던 좋은 시간!
잠깐 찾아간 대기실에서 볼 수 있었던 동료 힙합 뮤지션! D.Theo, 넋업샨, 아날로그소년, Jerry.k, R-EST가 함께하였다!
진짜 '나'를 말하는 랩퍼, Jerry.k의 'TRUE SELF' Showcase
이리카페를 가득 채운 힙합, 그리고 시문학 애호가들
다음으로 진행된 '랩을 시로 읽기'에서는
소리헤다와 라임어택이 발표했던 곡을 시와 연극으로 재해석하는 시간!
힙합팬들, 김경주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 외국인까지 폭 넓은 관객들이 함께 했던 시간
공연이 끝나고 관객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었는데,
경청하는 관객!
시인의 이러한 다양한 활동의 취지에 대한 질문점이나
시를 그대로 랩할 수는 없는지, 비트 또한 시의 느낌을 가지고 만든 것인지 등 정말 좋은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마지막으로 가졌던 'K-Bonics' 무대
각종 비속어들이 난무하는 뢈어택의 무대!
이를 접한 시문학 애호가들의 기분은 어땠을까 ㅋㅋㅋㅋㅋ
수고하셨습니다!!
공연은 크게 [시를 랩으로 읽기], [랩을 시로 읽기] 두 파트로 나누어 진행되었는데, [시를 랩으로 읽기]에서는 김경주 시인의 '아버지의 귀두', '누군가 창문을 조용히 두드리다 간 밤'을 재해석하여 소리헤다의 오리지널 비트와 라임어택의 랩으로 새롭게 들려주는 무대가 진행되었고, [랩을 시로 읽기]에서는 반대로 소리헤다와 라임어택의 '여전히', 'Night Lights'를 시문학이 가진 고유의 방법으로 시를 낭독하고, 배우 성경선의 모노로그로 그 곡의 기운을 한껏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시도가 이어졌다.
새해 벽두에 진행된 공연에서 이렇게 창의적이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니, 2013년 한국힙합이 더욱 기대가 된다. 앞으로 김경주 시인과 김봉현 평론가는 서로 힘을 합쳐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는데, 이번 이벤트의 제목이 '이브닝라임 vol.1'이니 두번째, 세번째 무대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집에 돌아와, 관객들에게 제공되었던 랩의 가사, 시가 적혀진 인쇄물을 어머니께 보여드렸더니 굉장히 재미있어 하셨다. 조만간 시집 하나를 선물해 드려야겠다ㅋ 앞으로도 더욱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한 해가 되길!
* 초대해주신 김봉현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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